야구 스토리

포수 강백호 이벤트 아니다

닉냄뭐할까 2024. 4. 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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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벤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프로야구 KT 위즈가 ‘포수 강백호’ 실험에 들어갔다. 프로 데뷔 후 외야수와 1루수, 지명타자를 봤던 강백호(25)를 이강철 감독이 올 시즌 포수로 변신시키기로 작정했다.



강백호는 지난달 31일 한화와 원정 경기에서 1대13으로 크게 뒤진 8회말 갑자기 포수 마스크와 보호 장비를 차고 그라운드에 올라왔다. 주전 포수 장성우(34)를 교체한 자리다. 이날 강백호는 포수로 2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8회말 한화 임종찬의 우전 안타 후 우익수가 홈으로 던진 악송구를 몸을 재빨리 날려 잡아내면서 타자 주자 추가 진루를 막는 호수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한번 시켜봤다”며 “또 그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들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며 여운을 남겼다.

강백호는 지난 3일과 4일 KIA와 벌인 홈경기에서도 8회부터 포수를 봤다. 특히 4일 경기에서는 9회초 1아웃 1루 상황에서 KIA 주자 박찬호가 도루를 시도하자 2루에 빠르고 강하게 송구했다. 하지만 익숙지 않은 탓인지 송구가 높게 빠지면서 박찬호는 3루까지 갔다. 다행히 후속 타자들을 잡아내 추가 실점을 주진 않았다.

전날 이 감독은 “(강백호가) 어깨가 강한데 외야수 할 때와 다르게 포수 할 때 송구가 잘된다. 포수에 최적화된 몸”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시즌 전 “포수 프레이밍이 이제 의미가 없더라. 이제 블로킹과 송구를 잘하는 포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프레이밍은 포수가 기술적인 포구로 투수가 던진 공을 잡으면서 심판 눈에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 오랜 기간 숙련이 필요한, 포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올 시즌 KBO가 ‘로봇 심판’이라고 부르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하면서 중요성이 확 줄었다. ABS가 일관된 스트라이크 존을 기준으로 공의 위치와 속도, 궤적을 측정해 판정하기 때문. 포수는 공을 잘 받기만 하면 되니 ‘포수 강백호’ 입장에선 걸림돌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백업 포수들이 성에 차지 않는 데다 베테랑 타자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서라도 KT 입장에선 ‘포수 강백호’가 꽤 간절하다. 강백호는 사실 고교(서울고) 시절 포수와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KT 투수들 사이에선 “백호가 포수를 보니 상체가 딱 서 있어 스트라이크 존이 엄청 넓어 보인다”는 호평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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