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월 11일 기준금리를 3.50%로 묶었다.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어 8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금통위원 전원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통화 긴축 정책은 지난 2021년 8월 이후 2년 넘게 이어져 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대출 부실 위험과 경제 성장률 추락 등을 막으려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3%대를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고려해, 우선 금리를 묶고 물가·가계부채·미국 통화정책 등을 더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시점에서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기엔 섣부르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앞서 지난 2020년 3월 16일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다. 같은 해 5월 28일 0.25%p를 추가 인하해 기준금리는 0.5%로 내려왔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친 이후, 지난 2021년 8월 26일 0.25%p 올리면서 금통위는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이후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해 2월 동결로 사실상 깨졌다. 3.5% 기준금리는 이날까지 약 1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PF·물가·경제성장·가계부채 등 복합적 요소 상충... 딜레마에 빠진 한은
한은은 부동산PF·물가·경제성장·가계부채 등 복합적 요소들의 상충으로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한은(2.1%)과 정부(2.2%)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LG경영연구원(1.8%)·신한금융지주(1;7%)·KB금융지주(1.8%) 등은 고금리·물가에 따른 소비 부진 등을 근거로 지난해(한은·정부 1.4% 추정)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성장 부진과 부동산발 금융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는 낮춰져야 하나, 여전히 높은 물가와 가계부채 등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를 당장 낮출 수도 없는 처지다. 한은도 최근 여러 차례 “누적된 비용 압력 등 탓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은 작년 4월 이후 12월까지 9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달에만 전체 가계대출이 3조1000억원, 주택담보대출도 5조2000억원 또 불었다.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이런 한은의 고충을 근거로 대다수 전문가도 이날 금통위 회의에 앞서 동결을 예상했다.
美 ‘피벗’ 관건...전문가는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동결 행진이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함께 하반기부터 비로소 한은의 금리 인하도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회복을 중심으로 수출이 올해 경기에 긍정적 역할을 하겠지만,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금리를 다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금리 동결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밝혔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애너리스트는 7월 첫 인하를 예상했다. 그는 “소비가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할 가능성이 큰 데다, 이때쯤 서비스 중심으로 물가 상승률 하락도 뚜렷해지면서 한은의 정책 대응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한은의 동결(3.5%)로 미국(5.25∼5.5%)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은 2%p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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